2000년 3월, 세금 걷다 쫓겨난 군주 이야기
2000년 3월, 세금 걷다 쫓겨난 군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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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팝리니지를 뜨겁게 달군 사건은 ‘기란 세금 대란’이라 불린 희대의 해프닝이었다. 당시 기란 성을 점령하고 있던 ‘황금매’ 혈맹은 꽤 안정적으로 영지를 운영하던 중이었다. 군주 ‘에이본’은 전략적인 감각으로 유명했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돈에 대한 집착이었다.
그는 세금 수치를 일반보다 훨씬 높게 설정했고, 기란에서 아이템을 거래하는 유저들은 세금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한 유저가 팝리니지에 “이건 도둑놈 군주다. 우리가 벌면 쟤가 다 가져간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고, 이 글은 순식간에 수백 개의 추천을 받았다.
이어지는 댓글엔 “나도 상점 열었는데 수익의 반이 세금이더라”, “황금매 혈맹은 기란을 ATM으로 아는 듯”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팝리니지에선 ‘기란 탈환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여러 중소 혈맹이 뜻을 모아 연합을 결성했다.
그 연합의 이름은 ‘서민동맹’. 이름에서부터 노골적인 반항심이 느껴졌다. 이들은 “우리는 싸우러 간다. 세금을 걷지 않는 자유도시를 위해!”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대적인 공성전을 준비했다. 군주 에이본은 처음엔 비웃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병력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전투는 무려 3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팝리니지에선 실시간으로 공성 상황을 중계하는 생중계 글이 등장했다. 글에는 “에이본 도망감ㅋㅋ”, “성문 돌파!!”, “서민동맹 기란 입성!!!” 등의 현장감 넘치는 댓글이 끊임없이 달렸다.
결국 성은 서민동맹에게 넘어갔고, 새로 군주가 된 ‘누렁이’는 첫 번째 공지로 “세금 0% 선언”을 게시판에 남겼다. 그 글은 팝리니지 추천 1위를 찍었고, 유저들은 “진짜 혁명이다”, “리니지판 시민혁명ㅋㅋ”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에이본은 이후 혈맹을 해산하고 잠시 모습을 감췄지만, 몇 달 뒤 이름을 바꾼 캐릭터로 돌아와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물론 그가 다시 군주가 되는 일은 없었다. 유저들 사이에선 지금도 누군가 세금을 조금이라도 높이면 이렇게 말한다.
“에이본 되려고?”
“그 이름, 팝리니지에 아직도 남아 있어.”
“세금은 조심해야 해. 반란은 한순간이거든.”